Faded - 코울슬로(Coulslaw), 일공육공 (1060)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www.melon.com
1060
이 노래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공연에서도 꽤 괜찮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멜론 하트가 50개 넘게 찍혀있다.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다. 당시에 내가 조금 더 준비되어 있었다면 일공육공, Young Things라는 이름이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봐주고 있었다. 에너지는 진실했으나, 청각적 만족 측면에서는 글쎄. 그래도 괜찮다. 이젠 지나간 일이니까.
일단은 푹 자고 일어나 / 언젠간 어제가 되니까
걱정만 늘어선 늘어나 고민만 / 그거 지금 아무 도움 안되니까
일단은 good night 일단은 good night 일단은 good night 좋은 밤
이때나 지금이나 나는 걱정이 많다. 지금은 꽤 성숙해진 면도 있어서 어느정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곤 하지만, 이때는 내 불안을 감당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잠을 줄이는 것'이었다. 온전히 내 의지였는지, 단순히 불안으로 인한 불면이었는지는 반반이다. 내가 쓴 거의 모든 가사가 그렇듯 이 메시지 역시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걱정도 고민도 많은 거 알겠는데, 내일 해내야 할 일 있으니까 일단은 자자고. 이 새벽에 고민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꽤나 합리적인 설득을 내 자신에게 했다. 힘들고 나쁜 밤이었지만, 좋은 밤이 되기를 바랐다. 일단은 말이다.
정리가 안돼 내 머릿 속인데도 생각이 나네 오래된 일인데도
지나간 love, 좋았던 추억, 잘 안됐던 것 너무 어지러워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인 내가 왜 이리 부정적인 기억은 잘 떠올리는지. 이십대의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부정적인 기억을 더 잘 떠올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나서부터 하지 않아도 될 자기 혐오는 하지 않기로 했다. 뭐가 그리 힘들었던 건지 그렇다고 내 인생이 학생 때나, 스무살 때나 그리 달콤하진 않았었는데 그나마 좋았던 추억을 기어코 끄집어내서 그래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며 위로 하곤 했다. 잘 안되는 게 있으면, 잘 되는 것도 있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괜시리 phone 만지다 픽 쓰러져 다음 날 battery low
정말 피곤한 날에는 스스륵 잠들지 않나? 하루가 아까워서 혹은 잠이 안와서 핸드폰 만지작 거리는데, 충전기 꽂는 것도 깜빡하고 잠들어서 다음 날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배터리를 충전하는 그런 날. 요즘은 잘 없지만, 옛날엔 꽤 있었다. 뭐든 불안 요소를 통제하고자 했던 나는, 다음 날 아침에 당연히 채워져 있어야 할 휴대폰 배터리가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던 그런 놈이었다.
문제는 money 때 마침 만져본 적은 커녕 본 적도 없는
돈을 얘기하는 래퍼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네 in my earphone
그래 내 삶은 과연 어디쯤
내가 좋아하던 힙합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힙합은 돈과 여자 얘기로 가득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해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그냥 그게 멋있긴 했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돈이 안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에서 1인분의 몫을 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란 돈을 버는 일이었다. 결국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걱정한건데, (원래도 돈은 중요했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에 대해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으니, 일공육공은 본인이 본인을 위로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닌가? 모르겠다. 힙합은 십대의 나에게 희망을 주던 문화였는데, 언제부터 내 인생을 이렇게 비교하게 만들어버렸을까. 꼭 힙합이 변했다기보다 그냥 무엇이든 그렇게 되는 거 같다. 돈이 몰리면, 황금만능주의라고 할까. 결국 돈 되는 게 최고가 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식, 기업, 역할 이런 게 다 정답처럼 되어버리는 거지. 그런 내용에 대해 쓰고 싶었다.
코울이 가사에서도 인상적인 게 있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서로 맞춰본 적은 없지만 "우리 둘 까지만, 그래 우리 둘 까지만, 제발 우리 둘 까지만 받고 위에서 받고 더 이상은 받지마" 이라는 가사가 나에겐 꽤 간절하게 느껴졌다. 뭔가 허락을 구하는 거 같았다. 안되는 거 아는데, 그래도 해주면 안될까라는 느낌. 표현하기 어렵지만, 턱걸이라도 좋으니 딱 거기에 걸쳐서 한숨 돌리고 싶은 느낌.
희망을 어떻게든 끌어올려보려는 그 에너지가 사람들에게도 닿았을까? 사람들이 좋아해줬던 기억이 있다. 가사를 쓸 때도 생각하긴 했다. "아 이거는 음원보다는 라이브할 때 훨씬 찰질 거 같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라이브할 때 더 찰진 랩이 되곤 했다. 플로우가 엄청 다급하고 그런 것도 아니니까, 힘을 충분히 주면서 라이브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Faded'은 우리의 라이브 셋 리스트에 꼭 올리는 곡 중 하나였다. 어느날 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다가 뭔가 반복되는 후렴구에 맞춰 간단한 손 동작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싶어 되게 장난스럽게 안무도 만들었다. "좋은 밤"에 맞춰 "안녕~"하는 그런 동작. 사람들이 어땠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어떤 공연에서는 따라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어떤 공연에서는 열심히 라이브만 해야되고.. 뭐 그렇다. 생각나서 찾아봤는데 유튜브에 박제되어 있는 영상이 있길래 가져와봤다. 재엽이가 싫어할 수도 있겠군...^^
오늘은 글을 은근히 길게 쓴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추억만큼은 길게 안 쓴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구절 하나 뽑고 마무리 해본다. "나도 그 기분 알어 my friend, 그치만 일단은 good night 다 내려놔 애썼어 오늘도"
2025.02.16 기록함, 임동현.
Coulslaw
와우, 대학로 공연의 영상이라니. 원래 저 공연은 육공 형이 매년 하던 공연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육공 형이 날 소개해줬었나? 아무튼 저 해는 내가 서게 됐었다. 저 공연 끝나고 먹은 술이 달달~했던 기억이 있다. 싫어하지 않아~^^
Faded이라는 곡이 주는 바이브가 좋다. 일단은 good night, 좋은 밤. 이라는 후렴도 좋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만한 가사와 느낌이 있다.
나도 잠이 참 어렵다. 새벽을 좋아하고, 아침을 싫어하는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을 충분히 즐긴(?) 다음 자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그 피곤이 어렸을 땐 참고, 견딜만 했는데 지금은 피곤을 참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일찍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왜 이렇게 잠자리에만 들면 온갖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런 걱정, 저런 걱정, 이랬던 일, 해야할 일 등 너무나 많은 외침들이 머릿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육공 형이 위에서 말한 " 걱정도 고민도 많은 거 알겠는데, 내일 해내야 할 일 있으니까 일단은 자자고" 이 말이 백번 천번 맞는 말이지만 걱정과 고민이 일단은 잘 수 없게 한다.
가사 쪽으로 가볼까. 다른 Young Things 앨범의 곡들은 가사를 봤을 때 어떤 노래인지 가늠이 잘 안 갔는데 이 노래를 가사를 보니 대충 플로우도 생각이 난다. 공연으로 많이 했던 곡이라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있나 보다.
ok don't worry mama
쪽팔리게 살지는 않아
가끔 가사에 엄마 이야기를 넣는다. 엄마는 항상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었다. 정말 많이 많이 강조했었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떤 삶이든 창피하지 않게 살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 둘 까지만 yeah uh
그래 우리 둘 까지만 yeah uh
제발 우리 둘 까지만 위에서 받고
더 이상은 받지마
사실 저 당시에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당연히 정확하진 않지만, 위에서 육공 형이 말한 것처럼 뭔가 간절함이 느껴지는 가사이긴 한 것 같다. 우리 둘은 나와 육공 형을 이야기한 거고 뭔가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티오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을 했다. 나름 경쟁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들 못한걸 난 해냈어
전투복 입고 33곡을 써냈어
이 가사는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ㅋㅋㅋ 군대에 있을 때 33곡을 냈었나보다. 물론 사운드클라우드로. 저때의 열정이 지금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게 신호탄 YOUNG THINGS
난 다음걸 준비했지
이건 아마 Sweat Boy를 이야기한 것 같다. Young Things와 동시에 Sweat Boy 앨범을 준비했었으니.
Faded 안무도 육공 형 아아디어로 탄생했다. 솔직히 처음엔 "안무"라고 하니 괜히 부끄럽고 우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반응의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는 이 안무는 필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주고, 그 자리에서 온전히 즐겨주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인 것 같다. 당시에도 고마움은 당연히 느꼈지만 지금은 더더욱 느끼고 있다.
아무튼 나는 갈수록 변화(발전)가 있었고 육공 형은 꾸준했다. 꾸준히 자기가 잘하는 걸 잘 알고 있었고, 항상 잘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을 받고,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를 천천히 알아가게 됐다.
그리고 내가 저때 이전의 곡들을 못 듣는 건 퀄리티 적인 부분에서 부끄러운 게 가장 크지만 또 하나는 가사다. 물론 내가 가사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 당시에는 너무 가벼웠다. 그 가벼움을 지금의 내가 별로 느끼고 싶지 않달까.. 무겁고 딥한 것만 좋은 건 당연히 아니지만 분위기에 맞는 가사와 분위기를 가져가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걸 못했다. 그래서 듣는 게 더 힘들다. 이 부분은 사실 Young Things II 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Young Things II도 거의 못듣긴 한다. 베네딕에서 코울슬로로 변화하던 과도기였던 것 같고, 코울슬로라는 캐릭터가 구축이 된 건 <QUIET SEOUL> 이라는 앨범을 낸 시점 이후라고 생각한다.
뭐가됐든 그때의 나는 가벼웠지만 오히려 가볍게 느꼈기 때문에 여러 도전을 하고, 코울슬로라는 캐릭터가 탄생된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내 옆엔 1060 가리는게 없어 비싼 술도 찾을 필요 없어 좋은 꿈이니까 good night" 이때도 난 소주를 좋아해서 비싼 술은 필요가 없었다.
2025.02.16 기록함, 이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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