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요즘 - 코울슬로(Coulslaw), 일공육공 (1060)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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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slaw
Young Things 4는 개인적으로 영띵스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그중에서 이 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곡이다. 이 곡의 가장 큰 재미는 인트로라고 생각한다.
"노래 듣는 게 너무 즐겁네 요즘 pop funk로 완전히 변한 mgk 처음 보는 dax라는 래퍼부터 그는 완전히 랩 도사 몇십분을 랩 하는데 전혀 안 지겹더라"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담아낸게 완전 육공형스럽기도 하고 문장만 나열해서 보면 가사가 아니라 카톡으로 나한테 보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you said "오 너가 조금 부러워 하고싶은 게 있네 넌" 근데 나도 좀 지겨워" 라는 구절은 실제로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 임팩트가 있어서 적었었고, 아직도 그 여운이 있다. 나에겐 소중한 친구가 있는데 5년 전쯤에는 한참 매일같이 만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 친구는 꿈이 없었다. 알바를 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정직원이 됐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고, 특별한 취미도 없어서 속상하다며 나에게 "너는 음악이라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부럽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무언가를 하고싶어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됐고, 이때부터는 나도 무언가 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러면서도 지겹다고 투정을 부렸었네.
"월급쟁이의 노예 근데 곡에 돈을 잃네" 월급쟁이가 이때도 싫었나보다. 안그래도 적은 월급에 곡을 만들기 위해 돈을 쓴다는 이야기이다.
"한구석에는 눈에 물이 마르지도 않게 흘리는 중" 사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내 안이 떠들수록 난 떠나가 혼자서만 QUIET SEOUL" 나에게 QUIET SEOUL은 조용하지 않아서 조용한 척을 하고, 너무 힘들어서 힘들지 않은 척을 하는 공간이다.(가짜긍정) 머릿속이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 난 제2의 서울로 떠난다.
"우울한 노래들은 됐어 식케이 아이유 내 속" 식케이와 아이유의 신곡은 사실 요즘 잘 듣지 않는다. 아이유는 노래를 안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한 1~2년 전 정도 까지의 노래들이 좋더라.
아, 그리고 이 부분은 육공형의 두번째 벌스에 나오는 스테이씨와 루페를 듣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분위기에 맞게 따라 썼었다.
"가끔은 예전 노래 꺼내며 그때의 기억 회상도 할 수 있음에 감사" 우리가 곡을 만든 이후로 가장 좋은 것중 하나는 곡을 썼을 때의 느낌이나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이 the record of Young Things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여전히 감사하다.
"아직 스물다섯에 칠했던 팔레트를 감싸" 몇 년 전, 육공형이 나에게 "넌 25살이 되면 아이유의 팔레트를 들으며 울거야!" 라고 말했고, 나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25살이 거의 되자마자 우연인지 의식인지, 팔레트를 들었고,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 잡혔었다. 우리의 노래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노래로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냥 이 곡은 한마디마디가 소중하고, 명확한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내 안이 떠들수록 난 떠나가 혼자서만 QUIET SEOUL"
고르기 힘들었다.
2024.09.25 기록함, 이재엽
1060
음악을 하면서 노래 듣는 게 의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 당시에는 진짜로 노래 듣는 게 좋았다. 그 원인이 내가 어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건지, 내가 생각을 열고 낯선 아티스트를 클릭할 여유가 있던 건진 모른다. 당시에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당연히 내 선택이지!" 라며 꽤나 자의식이 셌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느꼈고, 고백한다. 플레이 버튼 누른 손가락이 내 의지였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난 이 노래를 들으면, 정확히는 내 파트를 들을 때 굉장히 편안함을 느낀다. 내 랩은 기본적으로 리드미컬한 부분이 약하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내 랩은 리드미컬하고, 코울이 랩은 멜로디컬하다고 느낀다. 조화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우리는 이런 저런 비트와 프로듀서를 거치며 나와 맞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밟았던 거 같다. 내게도 맞는 옷이 몇 개 있겠지만, 이런 드럼 루프나 비트의 느낌이 나에게 맞는 옷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Dax 라는 래퍼를 접했는데, 진짜 도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도사'와 더 멋진 라임을 맞추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도사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가 아닌데 그런 단어가 번뜩이는 순간, 그런 단어를 통해 무언가가 표현되는 그 순간. 그런 게 내게 있어서는 랩 메이킹의 재미 중 하나였다.
내 파트는 1절과 3절로 구분된다. 1절 이야기부터 해볼까. 재엽이가 언급한 것 처럼 다소 생활밀착형 가사(?)를 썼다. -이건 아마도 버벌진트의 영향임- 나는 달리기 할 때 노래 BPM과 발이 딱딱 떨어질 때가 참 좋다. 노래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DPR LIVE - Yellow Cab이었나? 암튼 그 노래가 딱 나오는데 보폭이랑 착착 감겨올 때 또 다른 쾌감이 있었다.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나갔지만, 다시 돌아와보자. 누군가 그런 느낌을 알고 있고, 가사를 통해 공감이 됐다면 "아 달리기를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적어도 난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기발한 라임'을 쓰는 에너지가 떨어졌던 거 같다. 에너지라기 보다 그런 흐름은 mixtape 시절이었고, 이 당시에는 기발한 라임을 고민하는 것보다 벌스 하나를 더 써내는 게 좋았던 일종의 효율충(?)이지 않았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인 건 "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입맛을 맞추는 것보다 얼른 이 곡을 빨리 세상에 내놓고서 사랑을 받거나 까이는 게 좋아" 라는 건 사실 내 커리어를 관통하는 말인 거 같다. 그 결과가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나는 그냥 그런 놈이었던 거다.
3절은 다소 귀엽게 날을 세웠다. 실제로 별점을 빵점주고 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그걸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다만 내 팬층+안티팬층이라는 게 너무 얕았다보니 과연 이렇게나 나에게 (그릇된) 애정을 쏟는 사람은 누굴까? 내가 아는 주변 사람일까? 궁금하긴 했었다. 이 당시에 꾸준히 꽂히는 통장 입금 내역이란 과연 얼마였을까. 그래봤자 수십만 원 단위도 아니었을 거 같다. 아마 stay c, lupe, common 같은 라인은 재엽이 벌스를 보고 영향을 받았던 거 같기도.. 아닌가? 이젠 정말 기억이 흐릿하기는 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lupe fiasco나 common 의 옛 앨범은 여전히 나에게 울림을 준다는 거다. 새로운 걸 계속 받아들이면서, 좋았던 과거의 것을 잘 잊지 않고 잘 꺼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또 재엽이의 코멘트를 곁들여 노래를 들었더니 Coulslaw의 파트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당시만 해도 재엽이가 식케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깊이에 대해 아마 잘 몰랐을텐데 (알았더라도 아주 얕게 알았음, 적어도 얕았다고 생각함) 최근 술자리에서 식케이 노래 월드컵을 했던 기억도 있고, 그 이전에도 그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식케이의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재엽이를 쭉 지켜보니까 이 때 가사에 언급된 '식케이'에 대한 무게를 내가 감히 헤아릴 수 가 없을 거 같다. 아이유는 뭐 동시대를 살아감에 감사하는 가수고.. "감정을 흔들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파서" 라는 라인의 의미가 또 다르게 다가온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아, 고르기 좀 어려운데. 그냥 발췌를 하고 싶다. "대충 듣다 넘겨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 다음엔 당신도 꽂힐 라인을 준비할 테니까. 누군가는 그래 육공아 랩 좀 잘해봐 오케이, 그럼 박자를 쪼개 텐션 주면 될까 (뿌르르르) 일단 요즘 유행하는 비트로 다시 골라올까? 아니 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입맛을 맞추는 것보다 얼른 이 곡을 빨리 세상에 내놓고서 사랑을 받거나 까이는 게 좋아 왜냐면 할 말이 아직 많이 쌓임" 이 부분은 가사도 좋고, 플로우도 좋다. 컥. 이때는 정말 노래 듣는 게 좋았다, "이 사람은 요즘 노래 듣는 게 정~말 좋나보다?" 라는 바이브를 듣는 사람도 느꼈을지 궁금하다.
2025.01.18 기록함, 임동현